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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Good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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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DDP디자인뮤지엄 개관특별전 - 행복의 기호들
내용

꿈과 환상을 조명하는 전시?

“파란 약과 빨간 약 중에 어떤 걸 선택하시겠습니까?” 1999년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다. 빨간 약은 진실에 눈뜨게 하고, 파란 약은 기계가 지배하는 가상 세계에서 안주하도록 한다. 전시 〈행복의 기호들: 디자인과 일상의 탄생〉도 관람객들에게 선택지를 준다. 물질 세계가 선사하는 풍요로움 속에서 행복에 취할 건지, 아니면 행복한 기호들에 가려진 진실을 볼 것인지. 무엇??을 볼지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서울디자인재단(대표 최경란)에서 운영하는 DDP디자인뮤지엄이 1호 공립 디자인 미술관으로 등록됐다. 간송미술관이 있었던 자리는 새로운 기획 전시로 채워질 예정이다. 오는 9월 11일 DDP디자인뮤지엄 개관 특별전으로 오픈하는 〈행복의 기호들〉 전시(큐레이터 오창섭)가 그 첫 번째 신호탄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친 뒤로 세상은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예측하는 데 여념이 없다. 새로운 일상을 뜻하는 ‘뉴 노멀’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기존에 알던 일상은 어떤 일상을 말하는 걸까? 그리고 그 일상은 누가 규정한 것일까? 〈행복의 기호들〉 전시는 우리가 일상으로 여겼던 지난 시간을 더듬어보는 기획이다.

일상에서 요리하고 먹고 청소하고 TV를 보고 세탁하고 쉬는 행위들이 조각조각 분해된다. 행위로 분류된 14가지 테마에 맞춰 사물들이 도열한다. 20세기 초중반에 걸친 DDP디자인뮤지엄 소장품 200여 점과 한국인이 사랑하는 제품 200여 점이 그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끝났더라면 단순히 디자인의 발전 단계를 보여주는 연대기적 전시가 되었을 것이다. 전시는 디자인 사물과 동일한 선상에서 광고 이미지와 영상을 보여준다. 광고는 사물 위로 자본주의의 광채를 덧입힌다. 사물과 소비자가 만나는 중간 지점에는 늘 광고가 있었다.

이 광고는 편리, 위생, 스위트 홈, 자유, 효율의 환상을 심어놓는다. 이 환상의 주위로 행복의 이미지가 떠다닌다. 그러나 부유하는 행복의 기호들 사이로 빨간 약처럼 현실을 일깨워주는 장치가 전시장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바로 텍스트들이다. 문학 작품과 뉴스 기사는 광고 속 주인공과 떨어져 현실 세계에 사는 우리가 일상에서 어떻게 사물을 소비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따라서 〈행복의 기호들〉 전시는 세 가지 레이어가 서로 다른 층위에서 움직이는 전시다. 그래서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원거리에서는 화려한 광고 이미지 속 환하게 웃는 주인공들로 가득 차 있는 장면이 보인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면 손안에 넣는 즉시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는 디자인의 꿈과 환상을 조명하는 전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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